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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
진로 고민
기업을 다니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내가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계속 생각해봤다. 학부생 때부터 조교님한테 “레포트를 이렇게까지 깊게 탐구해서 쓰는 사람은 없다”고 들었었고, 교수님들께는 “너는 researcher로서의 능력이 있다. researcher로 가야된다. 집요하고 철저하다”라는 말을 여러번 들어왔었다. 학부생 때 내가 조사한 연구방법을 보고 교수님이 연구실 사람들에게 모두 이 연구방법을 살펴보라고 하신 뒤, 그 연구에 필요한 천만원 정도하는 기계를 연구실 내에 들이신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는 과학 선생님이 내 질문 “식물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주변의 습기일 수도 있는데 왜 이건 답이 아닌가” 을 듣고 흥미로워하시며 계속 나에게 여러 질문을 하셨던 적이 있다.
따라서 여태까지 나는 연구적으로 적성이 있는줄 알았다. 그래서 어느정도 박사 진학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가치관으로써 박사 과정은 내가 정말로 이 생명과학이라는 분야 중 특정 하위 분야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을 때, 그 박사 과정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했을 때 빛을 발휘할 지 몰라도, 내 성격상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박사 과정을 수행한다면, 적어도 내 성격상으로는 그 하위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연구적인 능력을 키움으로써 해당 분야의 연구에 기여하고자 트레이닝을 받을 목적으로 수행을 할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명과학과 데이터분석, 코딩을 즐김에도 불구하고 뭔가 특정 좁은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나는 분명히 하나의 개념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고 다른 사람들이 말로써도 나한테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말하는 것처럼 적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깊게 파고드는 성격은, 깊게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불안감” 때문이었다.
1 + 1 = 2라는 정보가 나에게 받아들여졌다고 해보자. 1 + 1은 확실히 2다. 근데 왜 그렇지? 하나는 무슨 의미로 1이라는 기호로 표기된거고, 둘은 무슨 의미로 2라는 기호로 표기가 된걸까? +와 =은 무슨 원인으로 이런 기호가 된거고, 하나와 하나를 합치면 왜 둘이라는 개념이 된걸까? 이러한 개념은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거 아닐까? 인간이 단순히 삶을 더 쉽게 살기위해 하나와 둘이라는 개념을 만든 것일까? 이 개념은 그럼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이런일을 상사가 나에게 시키진 않겠지만, 만약에 지시한다면, 나는 하나라도 개념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상당히 불안해진다. 흥미보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이것까지 상사가 물어봐서 내가 대답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이것은 상사에게는 좋은 일이다. 내가 그만큼 최선을 다해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려 할테니까, 상사 분들은 이것을 가지고 나에게 강박이 있다고 말한다. 난 강박이 있다 (병적인 강박은 아니다.).
만약 내가 박사과정을 하게 된다면, 최소 5년동안은 어떻게든 연구성과를 내서 졸업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얼마나 불안할까?
취업을 해서 단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불안해할 것 같다. 기업에서의 일은 지시가 더 명확하지만, 연구라는 것은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의 일이 힘들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기업에서도 나는 최선의 결과물을 단기간에 만들려 할 것이다. 다만, 박사과정 5년은, 기업에서의 단순 일만하는 것보다 받는 돈이 적고, 심적인 부담감도 크다 (연구결과가 내가 원하는대로 안나올 때, 뭔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되는데 안나왔을 때, 졸업을 못할까봐 석사과정 2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연구결과가 잘 나올지 못 나올지 하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적인 요소도 받쳐줘야 한다.). 무엇보다 나는 하위 분야를 깊숙하게 파기보다 생명과학에서의 데이터 분석이라는 여러 분야를 통틀어서 알고 싶고,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
내가 깊숙하게 파고 싶은 것은 나의 인생이다. 박사과정의 5년보다, 여러 곳을 다니며 더 여러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가치관이라 생각한다.
가치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나중에 또 박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정리한 나의 생각들은 위에 작성한 것과 같다.